[교회건축 개선 위한 도전] <15> 시뮬라크르를 넘어 이데아로-기독교 인테리어의 이상

2020. 10. 8. 09:42교회건축 정보 및 소식


다가오는 미래사회는 콘텐츠의 시대, 디자인의 시대라고들 한다. 한국전쟁 이후 한강의 기적을 이루기까지 한국사회는 경제적 그리고 사회적 불안정 속에서 의식주 해결과 절대적 빈곤으로부터의 탈출이라는 문제가 최우선 과제였기에, 보다 수준 높은 생활 양식과 문화에 관심을 가질 여유가 없었다. 마찬가지로 교회도 질보다도 그 양적 성장에 목표를 두었으며 인테리어와 건축 양식과 같은 콘텐츠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해 왔다. 그러나 정치적·사회적·경제적 안정을 이룩한 오늘날 한국은 그 어느 때보다도 질적인 만족을 추구하고 있고, 이러한 지향점은 인테리어를 포함한 전반적인 문화예술에 대한 깊은 관심으로 나타나고 있다.

인테리어 디자인은 그 공간 속에서 생활하는 인간의 환경이 되며 또한 그들의 행동 양식과 깊이 관계돼 있다. 마찬가지로 교회 공동체 활동의 핵심 장소로서 교회 인테리어는 무엇보다도 당시 그리스도인들의 삶의 모습 즉, 기독교 문화를 가장 잘 나타낼 수 있는 대표적인 표현 양식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교회 내에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활동들의 의미와 성격은 예배당 안에서는 그 활동이 일어나는 공간의 모습으로 반영된다. 교회당 내부 공간들의 모습은 그곳이 예배드리는 장소인지, 또는 친교를 위한 장소인지를 알 수 있게 하며, 그래서 인테리어는 그 안의 사람들을 기도하며 부르짖게 하기도 하고 함께 대화하게 하기도 한다. 공간의 모습에 따라, 교회는 교회 안에 들어온 사람들을 따뜻이 감싸안기도 하고, 각종 교회 활동의 능률성을 촉진하기도 하는 것이다.

잘 설계된 예배공간은 예배의식과 그 의미를 정확히 반영해 우리가 하나님의 존재하심을 깨닫게 하고 하나님의 사랑을 느끼게 해 훌륭한 선교 역할을 대행할 수 있다. 또 친교실은 기독교인들을 그곳에서 만나게 하고 영적 교감을 가지게 하며 복도나 홀까지도 만남의 매개로서 연결짓는다.

교회당의 형태는 비단 기독교인들에게뿐만 아니라 일반 사람들에게도 그리스도의 이미지를 전달하는 상징이자 표상이 된다. 즉 다른 어떤 요소보다도 교회가 지역사회에서 무엇을 하는지와 사람들과 어떤 관계를 맺고자 하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교회 안의 인테리어는 기독교가 세상을 향해 열려있는지, 닫혀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교회 입구로부터 예배당에 이르는 잘 의도된 통로는 교인들로 속세를 잠시 벗어나 하나님께 나아가는 충족감과 고양감을 갖게 할 것이다.

지난번 기고에서 언급했던 것과 같이 기독교 인테리어는 선교를 위한 도구로 기능할 수 있다. 지역사회와 함께 있는 교회가 평일에 비어 있는 공간을 문화예술 활동을 위한 장소로 제공하거나 자체적으로 기독교 문화행사를 베풀 수 있다면 선교에 도움이 될 것이다. 이를 위해 별도의 음악실이나 소극장 등의 문화 공간을 마련할 수 있으면 더욱 좋다.

가장 좋은 선교 방법의 하나가 기독교인 자신의 삶을 통해 세상에 하나님의 뜻과 사랑과 의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볼 때 기독교 문화로서의 교회건축은 기독교의 선교에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결국 교회 인테리어는 오늘날 기독교인의 생활과 신앙이 형태와 공간으로서 표현되는 문화적 산물인 동시에 나아가 교회가 자신의 본질적 산물인 그리스도 문화를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중요한 도구가 돼야 한다. 저자는 이것이 오늘날 교회가 추구해야 할 이상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전쟁 이후 지금까지 교회는 양적 성장과 그 전파에 중점을 두고 그 내부의 공간적 의미에 대해서는 그리 큰 무게를 두지 않았다. 신앙인들만의 공간이 아니라 지역사회에 이바지하고 우리 주변의 이웃을 끌어안을 수 있는 교회공간은 오늘날 교회가 추구해야 할 이데아이다.

“눈은 하늘을 보면서 이상을 추구하되 발은 땅을 딛고 현실을 다룰 줄 알아야 한다”라는 마키아벨리의 말은 교회 인테리어를 하는 저자에게도 큰 영감을 주었다. 교인을 유치하고 공간을 확장하는데 무게를 두었던 기존의 교회가 시뮬라크르라면, 이제는 더 나은 형태로의 발전을 위해 신앙과 결합한 공간으로서의 이데아가 필요할 때다. 삶의 중심이며 요람이 될 수 있는, 또 익명의 타자들과 함께하는 공간이 아닌 참된 실존 회복의 공간과 유대와 애정으로서의, 공간으로서의 교회 공간이 절실하다.

배수경 대표(더아너스·국민일보 교회건축 자문위원)

정리=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158828&code=23111311&cp=nv